아처스 국립공원 여행기 : 뜨거운 행성에 도착, 미국 서부 여행, 그랜드 서클
오늘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출발해서, 아처스 국립공원에서의 보낸 1박 2일 일정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아처스 국립공원까지는 차를 타고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우리는 아침 일찍 출발해서 12시쯤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긴 여정의 피로가 쌓였는지 빨리 일어날 수 없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뜨고 10시쯤 출발하였는데, 가는 도중 점심도 먹어서 아처스 국립공원에 도착하는 시간은 더욱 늦어졌다. 계획한 포인트를 모두 방문하지 못했지만 짧은 시간에도 아처스 국립공원은 우리에게 충분히 깊은 인상을 주었다.
한 달간의 미국 자동차 여행 : Getaway to the Sunroad 12화
"아처스 국립공원 여행기 : 뜨거운 행성에 도착, 미국 서부 여행, 그랜드 서클"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출발하여, 점점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우리가 알고 있는 유타주의 느낌이 더욱 났다. 붉은 색 땅과 광활한 대지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에어컨을 틀어도 햇빛이 뜨거웠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간 아메리칸 레스토랑 앞에는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깨끗한 물이 흐르는 풍경 좋은 식당을 기대하고 갔는데, 깨끗한 물 아닌 흙탕물이 흐리는 강물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더욱 유타스러운 풍경을 연출하였다. Tamarisk Restaurant (위치)






우리는 유타의 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페일에일과 치킨 샌드위치($12), 아보카도 샌드위치($11), T Rolls ($6)를 시켜 먹었다. 차 에어컨으로도 식지 않는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있다가 마시는 맥주가 맛이 없을리 없다. 특히, 멋진 풍경과 함께 마시니 맥주는 정말 꿀맛이었다. 샌드위치도 일반 가게와 다르게 음식과 재료에 따라 세심한 정성이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배가 불렀지만 맛있게 먹고 나니 다른 음식도 먹어보고 싶어서, 식당에서 유명한 시나몬 롤을 시켰다. 이 롤은 달달한 크림치즈 프로스팅으로 범벅이 된 시나몬롤인데.. 정말 크림치즈 프로스팅을 아낌없이 준 미국식 디저트이다. 우린 달달한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해서, 프로스팅을 한참 걷어내고 먹었다. 맛있긴 했지만ㅠ너무 달아서 우리 스타일은 아니었다. 아마 노홍철이라면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아처스 국립공원 오는 길에서 레스토랑을 찾는다면 해당 레스토랑을 추천하고 싶다. 롤은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분들께만 추천드린다.
우리는 식당에서 나와 1시간정도 운전하여, 15시 30분쯤 아처스 국립공원에 도착하였다. 너무 많이 늦게 도착했다ㅠ


입구 초입에 있는 비지터 센터를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스피커와 마그네틱을 구매했다. 늦게 도착한 탓에 우리는 서둘러 예약해둔 Devils Garden Campground으로 이동하였다. 이 캠핑장은 아처스 국립공원 가장 안 쪽에 위치해 있고, 편의시설이라고는 깨끗한 화장실 밖에 없다. 예약하면 따로 체크인하지 않고 예약자리에 가서 사용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불편함을 예상했지만 이곳을 예약한 이유는 딱 하나이다. 아처스 국립공원 한가운데에서 자는 경험은 언제 해 보겠는가? 아침에 일어나 국립공원을 앞마당처럼 산책하는 상상 하며 예약을 했다.



하지만 막상 캠핑장에 도착하니 날씨가 너무 더웠다. 텐트를 신속하게 설치하고, 그늘으로 이동하여 잠시 휴식을 취했다. 더워서 그런지 시원한 얼음 맥주는 꿀맛이었다. (이 맥주로 말할 것 같으면, 포틀랜드에서부터 글레이셔를 지나..)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데도 더위는 우리를 아직 게으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하면 많은 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아처스 국립공원을 구경하였다. 시간도 부족하고 더위에 몸도 지쳐서 오늘은 간단하게 보기로 했다.





아처스 국립공원 초입으로 이동하여, La Sal Mountains Viewpoint를 잠깐 찍고난 뒤 Park Ave Viewpoint에서 짧은 트레킹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Park Ave Viewpoint에서는 꼭 트레킹을 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짧게만 한다면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이다. 사방이 붉은 돌로 둘러싸여 있어서 꼭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너무 대낮보다는 해가 뜨거나 질 때쯤 가서 보는 게 더욱 입체감 있게 보이는 것 같다. La Sal Mountains Viewpoint (위치), Park Ave Viewpoint (위치)
다른 포인트도 더 구경하려다가 차라리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서 개운한 몸으로 포인트를 돌자는 생각으로 일정을 끝냈다. (이번에는 정말 빨리 일어나겠다는 다짐을 하며..) 초입으로 나온 김에, 우리는 마을 쪽에 있는 다른 캠핑장에 가서 샤워를 하고 들어왔다.

와 그런데ㅋㅋㅋ에어매트를 깔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의 열기가 엄청 올라왔다. 나는 할머니 댁에서 자고 있는 줄 알았다. 할머니 댁에 가면 항상 할머니는 내가 춥지 않게 방바닥을 후끈후끈하게 만들어주셨는데, 딱 그때의 후끈후끈 이었다. 낮에 햇빛으로 땅을 뜨겁게 만들어 놓은 게 (햇빛이 땅을 구웠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바로 식지 않고 자는 동안 계속 열기가 올라온 것이었다. 덕분에 춥지 않아 추위에 약한 마이쮸는 잘 자고, 더위에 약한 나는 새벽 2시쯤에서 겨우 깊은 잠에 들었다. 그래도 덕분에 잠깐 나와 멋진 텐트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국립공원을 앞마당 삼아 산책을 하는데, 오잉! 사슴 가족들이 캠핑장을 지나가고 있다. 황급히 마이쮸를 불러내서 함께 보았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다른 곳에서 본 사슴보다 마른 사슴을 보니 안타깝기도 했다. 확실히 숲보단 먹을게 없는 듯하다.
우리는 간단히 식사를 하고, 마이쮸와 오늘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오늘 일정은 간단히 말하면 어제 못했던 아처스 국립 공원 트레킹 코스를 돌고, 엔텔로프 캐니언을 볼 수 있는 페이지까지 5시간 운전해야 일정이었다. 가는 길에 모뉴먼트 밸리를 갈 거라서 오늘도 역시 시간이 부족할 듯싶었다.
마이쮸와 이야기해 본 결과, 더블 아치오와 델리게이트 아치는 꼭 보고 가기로 했다. 모뉴멘트 밸리는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생각되어, 그냥 멀리서 보고 가기로 했다. 물론 모뉴멘트 밸리도 다른 매력이 있지만 서부를 자주 오는 우리에겐 후순위로 밀렸덧 것 같다.
우리는 오늘의 일정을 짜고, 바로 캠핑장 옆에 있는 더블 오 아치가 있는 데블스 가든 트레일 코스를 탔다.









더블 오 아치까지 왕복 7km로 2시간정도 걸렸다. 코스는 어렵지 않았다. 아주 잠깐 가파른 곳이 있긴 하지만 일반 성인이라면 즐기면서 다녀올 코스이다. (다크엔젤까지 갔다가 다른 길로 오는 데블스 가든 트레일은 난이도가 높다) 가는 길이 깜짝 놀랄만한 광경은 없었지만,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가기 좋은 코스였다. 반드시 가라고 하기엔 기대감을 높일 것 같아서 반드시 가라고 하지 못하겠지만, 나라면 다음번에도 꼭 갈 것이다. 왜냐하면 아처스 국립공원의 분위기를 은은하게 느끼면서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이다. 2시간 동안의 코스가 모두 기억날 만큼 은은하게 좋은 코스이다.
우리는 델리게이트 아치를 보기 위해서 이동하였다. 아처스 국립공원을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힘들어서 안 갈려고 했는데, 마이쮸가 꼭 보고 가자고 해서 방문했다. 안 보고 갔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델리게이트 아치는 주차장에서부터 5km정도되는 왕복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이다. 이동거리는 더블 오 아치 코스보다 더 짧았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체감상 더 힘들고 지루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가는 길에 볼게 없을뿐더러 주차장부터 목적지 근처까지 길이 모두 보이는데, 가도 가도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아서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특히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조차 없어서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코스는 가는 길은 썩 재미있진 않았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면 힘들어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경이로움~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은 모습으로 아슬아슬하게 엄청나게 큰 아치가 있었다. 사진은 용감하게 찍었지만 사진 속에 있는 아치 넘어서는 낭떠러지이다. 델리게이트 아치(Delicate arch)의 델리게이트는 '연약한, 허약한, 섬세한, 우아한' 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딱 적절한 단어인 것 같다. 여기는 사진으로는 느끼지 못한 곳이니 반드시 눈으로 가서 분위기를 느껴야 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델리게이트 아치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놀고 있다. 도착하면 느낄 수 있겠지만 서울 시청 광장 같은 분위기이다. 단순히 구경하는 게 아니라, 광장에 잔디밭에서 모여서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놀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런 분위기도 무척 재미있었다. 더욱 재미있었던 것은 전 날 샤워장을 찾다가 들어간 캠핑사이트에서 만난 커플도 거기서 놀고 있었다 ㅋㅋㅋ우리를 보자마자 그들은 '프리샤워~~'라고 외쳐서 정말 빵 터졌다(여기엔 우리들만의 숨겨진 에피소드가 있다ㅋㅋ)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을 보니, 어떻게 올라갔는지 절벽의 움푹 파인 곳에 들어가서 사람들이 놀고 있었다. 영화에서만 봤던 히피(?)스러운 분위기가 풍겨서 한 컷 찍어 보았다.
이제 모뉴먼트 밸리를 지나, 페이지까지 5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 된다. 모뉴먼트 밸리에선 특히, 포레스트 검프 명장면 촬영 장소를 가 보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 수염도 길렀지만ㅋㅋㅋ3년이상 기른 포레스트의 수염과 10일 정도 기른 나의 수염상대는 되지 않았다ㅋㅋ



포레스트가 3년 2개월 14일 16시간을 쉴틈없이 달리다가 멈춘 곳이 바로 이곳이다. 달리기를 아무런 이유 없이 시작했던 것처럼 멈춘 이유도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피곤해서 집에 가고 싶어서 멈춘다.
나는 항상 시작할때 멋진 이유와 명분을 찾고 마무리도 특별한 결과를 바라면서 행동하는 것 같다. 물론 이런 행동이 긍정적인 영향과 결과를 만들어 내긴 하지만 가끔은 시작도 마무리도 못하고 지쳐버리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다. 포레스트 검프처럼 때론 하고 싶으면 그냥 해 보고, 미친 듯이 하다가도 너무 힘들면 이유 없이 멈출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하며 이곳을 떠났다.
모뉴멘트 밸리에 도착했을땐, 소나기와 돌풍이 있어서 그냥 바로 패스하고 페이지로 갔다. 4시간 트레킹을 하고 5시간 정도 운전을 하고 오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 있었다.


우리 부부가 여행을 하다가, 힘든 날이 있으면 꼭 이렇게 마무리하자고 약속한 게 있다. 좋은 추억을 즐거운 상태로 마무리 하자라는 의미에서 맛있는 술로 하루 마무리하기!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버번위스키 메이커스 마커를 구매해서, 호텔에서 마무리했다. 역시 힘든 날, 마시는 술은 더욱 달고 맛있다. 알딸딸한 기분이 올라오니 힘들었던 여정의 기억은 모두 알코올과 함께 날아가버렸다.
미국 여행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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