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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자동차 일주 여행을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이다. 시애틀 공항에서 렌터카를 받아서 포틀랜드 방향으로 이동했다. 포틀랜드 가기 전, 올림픽 국립 공원의 캠핑장에서 1박을 하고 해변을 따라서 내려갔다가 포틀랜드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번 이야기는 올림픽 공원에서 한 차박 캠핑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Getaway to the Sunroad : 4화  올림픽 국립 공원 여행기. 미국에서의 첫 차박과 대자연 속에서 캠핑

 

올림픽 국립 공원 캠핑장

 시애틀에서 나와 11시쯤, 렌터카 회사에 도착했다. 오래 기다릴 줄 알았는데, 문제없이 바로 차를 받을 수 있었다. 

 차박을 고려해서, 쉐보레 타호를 빌렸는데, 무료 업그레이드 말도 없이(?) 해 줘서 한 급 위인 쉐보레 서버번을 빌려줬다. 

 

쉐보레 서버번

 마이쮸가 이 차를 처음 봤을 땐 운전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을 했을 정도 무지막지한 크기의 녀석이었다. 덕분에 짐과 차박을 할 때 잘 공간을 충분하였다. 

 

 차를 수령하고, 바로 달려간 곳은 딕스 버거이다. 빌게이츠와 박재범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꽤 알려진 곳이다. (유명한 거면 못 참지ㅋㅋ)

Dick's Drive-In
Dick's Drive-In

 일부 지점 말고는 대부분 딕스 버거는 먹을 수 있는 실내매장은 없고, 워킹인으로 받는 테이크 아웃하는 시스템이다. 드라이브인도 아니고, 참 신기한 시스템이다.  

 

밀크 쉐이크

 햄버거는 맛있지만 딱히 특별한 맛은 아니다. 그냥 이런 시스템을 경험해 보는 게 꽤 재미있었다ㅋㅋㅋㅋ맥도날드 간다고 생각하고 간다면 될 듯싶다. 추후에 배고픈데 눈에 보인다면 또 갈 것 같다.

 

 이제 차도 생겨서 물건을 많이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캠핑장 가기 전 마트에 들르기로 했다. 

너무 싼 아리조나~~

 미국에 오면 항상 마트에서 사는 게 있다. 아리조나 그린티~! 유독 한국에서 비싼 그린티이다. 너무 달달하지도, 떫지도 않고 적당히 깔끔한 음료. 더울 때 시원한 아리조나를 벌컥벌컥 마시면 너무 좋다. 그런데 미국에선 저렇게 큰 게 $2~3정도하고 680ml 큰 캔은 $1가 안된다. 그래서 미국에 오는 항상 물처럼 마시는 것 같다.

 

이전 편에서 강추했던 맥주

 마이쮸가 찾은 맥주~~ 보자마자 6개를 구매했다.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생각나는 맥주이다)

 

 그 외 물, 과자, 장작, 우유, 빵 등을 가득 샀다. 역시 식량이 든든하니, 마음도 든든해졌다. 

 

 올림픽 국립공원에 가까워지니 풍경이 달라졌다. 나무는 점점 더 울창해지고 차와 집이 점점 안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넷도 잘 안 터지기 시작했다. 참고로 미국엔 인터넷 안 터지는 곳이 많으니, 항상 오프라인으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네비 정보, 호텔 정보 등) 

 

 울창한 숲과 푸른 하늘 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니 대자연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 느껴졌다. 11시쯤에 시애틀 공항에서 출발해서 캠핑장엔 15시 30분쯤 도착한 것 같다. 우리가 예약한 캠핑장의 이름은 Willaby Campground이다. 해당 캠핑장은 호숫가에 있어서 풍경은 무척 아름답고 고요하다. 화장실과 마실 수 있는 물은 있지만 안타깝게 샤워실은 없어서, 근처에 있는 Lake Quinault Lodge을 사용해야 한다. Willaby Campground (지도

 

 도착하자마자 텐트를 쳤다. 차박 할 수 있는 차를 빌렸는데, 텐트도 챙긴 이유는 경우에 따라서 텐트에서 잘 계획이다. 숲이 많은 곳엔 야생동물이 많기 때문에 차에서 잘 예정이다. (예전에 요세미티 근처 캠핑장에서 곰을 만난 적이 있다) 여기선 차박을 할 예정이었는데, 캐리어를 어떻게 할지 몰라서 텐트를 쳐서 안에 옮기기로 했다. 

 

 텐트를 다 치고나서 텐트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보니, 텐트에서 잤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캠핑장은 대부분 저런 피크닉 테이블이 있다. 하지만 테이블에 먼지가 많으니, 꼭 방수 테이블보가 있어야 한다. 이제 차에 있는 짐을 다 옮겼으니, 차박을 할 수 있게 잠자리를 만들어 봐야겠다.

 

 혹시 추울지 몰라서 추운 가을까지 커버되는 구스다운 침낭을 챙겨 왔더니 마음이 든든했다. 자리 세팅을 끝내고 누워보니, 공간이 정말 엄청 넓어서 자는데 문제없어 보였다. (이때까지는 그래 보였다..)

 

 조금 쉬다가, 주변 구경을 가기로 했다. 바로 근처에 짧은 트래킹 코스가 있어서 산책 겸 가보기로 했다. Quinault Rain Forest Trailhead (지도)

Quinault Rain Forest Trailhead
Quinault Rain Forest Trailhead
Quinault Rain Forest Trailhead

 올림픽 공원은 열대우림으로 다양한 자연을 가지고 있다. 특히 큰 나무들이 많고, 그 나무들 사이엔 이끼가 덮고 있는 모습이 정말 이색적이다. 습도가 높고 꿉꿉한 느낌이 아닌, 수분 가득한 신선한 느낌이 강하다. 그렇게 우리는 아주 짧고 강한 열대우림 사이를 30분 정도 걸었다. 

 

 트래킹을 끝내고 주차된 차를 보는데 아직도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어마무지하게 커 보였다. 

 

 다시 캠핑장에 돌아와 맥주와 과자를 먹으면서 여유를 즐겼다. 자연 속에서 마시는 맥주는 더욱더 맛있는 것 같다. 멍 때리고 자연을 바라보고 있다가 바로 앞에 있는 물 쪽으로 가 보기로 했다. 

 

 간단히 수영이라도 할까 했는데 헉! 물이 차갑다. 올림픽 국립공원의 피크엔 아직도 녹지 않는 눈이 있다. 아마 거기서부터 내려온 물이라서 여름인데도 물이 차가운 것 같다. 잠깐 발만 담그고 물장난치다가 나왔다. 

 

 해가 질 것 같아서 장작에 불을 피우기로 했다. 그런데 장작이 너무 커서 불을 붙이기 어려웠다. 대부분 판매되는 장작은 우리나라 장작에 비해 무척 크니 미국 캠핑 시엔 꼭 작은 손도끼나 쪼개기용 캠핑칼을 준비해야 한다. (드디어 도끼를 살 이유가 생겼다)

 

 저녁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아뿔싸! 이소가스를 잘 못 샀다ㅠ인터넷도 안 되는 곳이라서 주변 맵 검색도 불가하다. 그래서 무작정 나가봤는데, 다행히도 근처에 작은 마트가 있었다. 작은 마트였는데 캠핑에 필요한 물건들은 다 있었다. 평소에 보지 못한 물건들도 많아서 덕분에 가게 구경도 하고 왔다.

 

 오늘의 메뉴는 컵라면과 햇반 그리고 한국에서 가지고 온 캔 반찬들이다. 사진상으로는 엄청 조촐해 보이지만 너무 맛있게 먹었다. 한국에서 너무 많이 챙겨서 남을까 봐 걱정되었는데 마이쮸가 잘 챙겨서 여행 중에 항상 든든하게 먹었다. 가끔은 정말 눈물 흘리면서 먹은 적도 많다ㅋㅋ

 

 정말 해가 정말 길다. 9시가 돼도 어두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점점 쌀쌀해지는 게 느껴져서 장작을 더 많이 넣었다. 

 

  스모어도 준비해서 불멍 하는 중에 먹었다. 정말 너무 맛있는데 많이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단맛이다ㅋㅋㅋ한 개만 먹어야지 하면서 세 개째 먹는다. (오늘까지만 먹고 내일은 많이 걸을 예정이다ㅋㅋ)

 

 스모어 막대기론 어렸을 때 컴컴한 밤에 했던 놀이를 해 봤다. 긴 막대 끝에 불을 붙이고, 그걸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허공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빠르면 빠를수록 긴 선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마이쮸는 이걸 보더니 무척 신기해서 따라서 했다. (이러다 둘 다 오줌싸개 될 것 같다) 마이쮸가 너무 좋아해서 팔이 떨어져라 돌렸던 것 같다ㅋㅋㅋ 불놀이를 하다가 차에서 잠이 들었다. 

 

 해가 없는 밤엔 많은 이슬과 비가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마자 테일게이트를 열어보니 땅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오늘부턴 날씨가 안 좋은 것 같다. 캠핑 철수하는 동안 다시 비가 내려서 빠르게 아침식사와 정리를 하고 다음 여행지로 출발했다. 

 

 

 다음 여행지로 가는 길에 근처에 있는 Merriman Falls도 보고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야생동물도 보았다. 처음엔 너무 많아서 가축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번 여행에서 야생 동물은 정말 많이 본 듯싶다. 추후에 야생동물 편으로만 정리해 볼 생각이다) Merriman Falls (지도)

 

 첫 캠핑 소감으론 성공적이었다. 대자연이 나의 집이 되는 것 같았고, 아름다운 호수 뷰가 우리의 마당이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첫 차박 소감을 말하자면, 무척 힘들었다. 미국 캠핑장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평단화 작업이 되어 있지 않다. 처음엔 괜찮을 줄 알고 그냥 주차 그대로 잤는데, 자고 있는데 자꾸 몸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다ㅋㅋㅋ차를 어떻게 할 수 없어서 그냥 자긴 했는데, 쫌 힘들었다. (추후 캠핑부턴 평탄화 방법을 찾아서 보안했다) 그리고 차의 꿀렁거림과 공간이 텐트보다 작아서 그런지 자는 조건이 쾌적하진 않았던 것 같다. 추후에 차를 사면 차박도 고려해서 큰 SUV로 살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미국에서 차박을 하고 나서 완전 마음이 바꿨다. 역시 텐트에서 자는 게 좋다고 결론 내렸다. 나중에 다시 온다면, 텐트에서 자고 손도끼를 꼭 가지고 올 것이다. (흐뭇)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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